이민생활 1년을 지나며
갈길은멀고날은저문다
여러 선배님들이 계신데 이런말 하기가 좀 어색합니다만, 세월은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작년 12월 8일에 입국했으니 벌써 일년이 지났네요. 요즈음도 틈만 나면 이 카페에 들어와서 뭐 새로운 글이 없나 살펴보지만, 최근들어 영 올라오는 글들이 뜸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계시다 보니 약간의 말 뉘앙스에서 감정이 상하시기도 하고 또 직접적으로 심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도 매우 조심스러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저 역시 제 우물안에서 이 곳 사회를 보고 저의 시각으로 판단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기에 분명 많은 오류와 착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그냥 부담없이 이렇게 일년을 보낸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시면 합니다. 지난번 글에서 약 7개월 동안의 이곳 생활을 말씀드렸기에 생략하고 그 후의 변화와 생각에 대하여 써 보려고 합니다.
컴퍼니드라이버로서 약 3개월 정도 생활을 하던 중, 도저히 더 이상의 수입을 올릴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옮길 회사를 알아보고 면접을 본 후 있던 회사에 그만 둔다고 통보를 하였습니다. 시간당 18불로서는 주1,100불 정도가 거의 최대치 였거든요. 면접을 본 회사에서 서류작업을 모두 끝내고 마지막 드러그스크린(약물중독검사)만 남겨 놓은 상태였기에 그날 오전 일과까지만 마쳐주고 근처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회사 대표에게서 뜻밖의 제안을 들었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운전하던 차량을 오천불에 리스로 넘겨줄테니 오너오퍼레이터로서 계속 일을 해 달라는 제안이었지요.
한 주에 제가 버는 금액에서 250불씩 차감을 하고 차량 등록은 내년 1월3일까지 회사명의로 되어있으니 새로 갱신할 때 명의이전을 해 주겠다는 갑작스런 제안에 어쨋든 같은 회사에서 신분만 다른 상태로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면접을 본 회사에는 찾아가서 제 상황을 얘기하고 미안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오너오퍼레이터를 할 생각이었지만 예정보다 훨씬 빨리 된 셈이지요. 물론 차는 2004년 Freightliner로 다소 노후된 차량이고 에어컨도 안되고 여러군데 손 볼곳도 많지만 엔진 REBUILT한지 2년 정도밖에 안되었고 제가 컴퍼니드라이버로 있는 동안에 클러치도 교체하여 파워트레인에는 큰 문제가 없는 차량이었습니다. 8월말부터 현재까지 그렇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입은 한 주에 3,000불 내외인데 고속도로 및 뉴욕 교량통행료와 연료비를 제하면 1,700불정도 남으며 리스 250불 제하면 컴퍼니드라이로 일할 때보다 조금 낳은 상태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받는 운송료가 타 회사에 비하여 많이 낮은 편이지요. 제가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미국회사에 비해 한국회사에서 주는 운송료가 20%정도 적으며 그 중에서도 제가 일하는 회사가 타 회사에 비하여 20%정도 낮은 것 같습니다. 물론 빨리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옮기고 싶지만 문제는 아직 경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눈에 띄게 걸리는 조건이 경력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최소 1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며 조건이 좋은 회사들은 2년 정도 경력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력이 아니라 보험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이라 회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더군요.
저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여 배달간 장소에서 다른 회사에서 운전하는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정보를 많이 얻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 금액차이가 큰 것을 들으면 부럽기도하고 저 자신의 현재위치가 좀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쨋든 현재의 저로서는 이것이 최선이라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속한 회사의 경우에 회사 야드(주차장)에서 롱아일랜드 메드포드라는 곳에 배달을 하고 빈 컨테이너를 항구에 리턴하면 445불을 주는데 어떤 회사는 650불, 좀 더 나은 회사는 750불을 준다고 하네요. 항구에 리턴없이 720불을 주는 회사도 있구요. 사실 뉴욕 교량통행료 왕복 146불, 고속도로 통행료 20불에 연료비 70불정도 감안하면 650불 정도가 합리적인 금액인 것 같은데 그건 저의 바램일 뿐이니 싫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겠지요. 다음 글은 아마 옮기고 나서 현재와의 비교 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너오퍼레이터로서 가장 부담되는 부분은 차량에 들어가는 금액입니다. 무엇이든지 문제가 있어 정비소에 들어가면 몇백불은 기본입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정비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절약입니다. 타이어 하나 교체하는데도 적게는 300불에서 600불까지 들어갑니다. 엔진오일과 필터교체에도 300불정도. 좀 큰 문제가 생기면 심각하지요. 제가 알고 있는 지인중에는 트랜스미션이 망가져서 교체하는데 2만불정도가 들었다고 하네요.
이 곳 뉴저지에서 항구일을 하는 드라이버들 대부분은 남미계와 중국계 사람들입니다. 아예 스패니쉬가 비공식적으로는 다 통합니다. 부품가게도 스패니쉬가 거의 공식언어입니다. 오히려 영어로 얘기하는 것을 보기가 더 어렵다고나 할까요.
CDL(상업용운전면허)은 영주권이상이 기본입니다. 영주권이 없으면 시험 응시자체가 안되지요. 해서 여기서 생활하는 스패니쉬들을 보면 신분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확실하게 구별이 됩니다. 신분이 없는 사람들은 시간당 10불 내외의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며 살고 있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같은 일을 하는 한국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일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저보다 앞서 컨테이너 차량을 운전하시는 분들 중에 그 분이 앞서 가신 길을 나도 따라가야겠다고 할 만한 분이 안계시다는 것입니다. 물론 계신데 제가 아직 못 만났을 수도 있구요. 아니면 저의 욕심이 너무 커서 만족을 못하는 경우일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이 시장에서 한국인들의 입지가 너무 작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생활하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것 일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만난 많은 외국계 오너 오퍼레이터들이 한 주에 버는 금액이 제가 아는 다른 한국분들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제가 몸으로 체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모두들 연말연시에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좀 더 좋은 일들로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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